규제 무기로 관할단체 감싸주고… 퇴직 후 재취업 '검은 공생'

입력 2018-03-08 18:50  

혁신 가로막는 기득권 벽을 깨자 (4) 이익집단에 포획된 공무원들

국민보다 이익집단 '눈치'
교사 차등성과급 불만에 교육부는 지급 '차일피일'

파리바게뜨 직고용 명령… 고용부 뒤에는 민주노총

규제 줄여 공무원 힘 빼야
규제 신설·강화 1위 금융위, 은행들 '손쉬운 영업' 돕고
기존업계 이해관계에 '매몰'… 신산업 진출 막는 산업부



[ 김일규/오형주/구은서 기자 ] “보건복지부는 어린이집 원장 편입니까.”

복지부가 ‘맞춤형 보육’을 폐지한다는 소식에 최근 달린 댓글 중 하나다. 맞춤형 보육은 부모가 0~2세 자녀를 어린이집에 맡길 수 있는 시간을 맞벌이는 하루 12시간, 외벌이는 6시간으로 제한한 제도다. 어린이집이 맞벌이 가정 자녀를 기피하는 현상이 벌어지자 도입됐다. 그러나 어린이집 단체가 수입 감소 등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고, 복지부는 제도를 없애기로 했다. 워킹맘은 다시 불편을 겪을 가능성이 커졌다. 복지부는 과거에도 투자개방형 병원 도입, 일반 의약품의 약국 이외 판매 허용 등을 놓고서도 정책 수요자 편의는 뒤로한 채 의료 공급자를 비롯해 의사 약사 등 이익집단에 휘둘려 일관된 정책 결정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익집단에 포획된 공무원

공무원이 공복(公僕)이 아니라 특정 이익집단의 대변자가 됐다는 비판이 많다. 겉으로는 규제 개선에 나선다면서도 각종 규제를 이용해 이익집단의 기득권을 지켜주는 데 앞장서다가 퇴직 후 이익집단으로 옮겨 정부를 상대로 로비하는 그릇된 관행을 지적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올해 교사 차등 성과급 지급에 미적대는 모습을 보이면서 ‘교사 기득권을 지켜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교원성과급제는 교사 평가 결과에 따라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는 제도인데, 교육부는 3월 새 학기가 시작했음에도 올해 관련 지침을 각 학교에 전달하지 않고 있다. 교육부는 협의 과정이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교사들 불만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노동계 이해에 지나치게 매몰돼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파리바게뜨 사태’가 대표적이다. 고용부가 지난해 9월 파리바게뜨 본사에 협력 업체 소속 제빵사 5300여 명을 ‘직접고용’하라고 시정지시를 내린 배경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있다. 민주노총 산하 파리바게뜨지회 노조원 700여 명이 직접고용을 요구하면서 전국 가맹점주와 나머지 제빵사 4600여 명의 목소리는 묻혔다.

고용부가 추진 중인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일련의 노동 정책도 노동계, 그 가운데서도 전체 근로자의 10%에도 못 미치는 정규직 기득권 노조 이해를 대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때문에 고용부는 “친노동 정책이 아니라 친노동계 정책을 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아파트 후분양제 도입을 놓고 민간 건설업계 주장을 두둔한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민간업체들이 후분양제에 대해 ‘공사비를 충당할 여력이 안 된다’며 반발하자 공공 부문에만 우선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규제 철폐해 공무원 힘부터 줄여야

각 부처가 손에 쥐고 있는 규제를 놓지 않거나 신설·강화하는 방식으로 이익집단의 기득권을 지켜주는 사례도 많다. 모든 부처 가운데 거의 매년 신설·강화 규제 수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금융위원회가 대표적이다. 금융위는 은행업 인가권을 쥐고 새로운 은행 출현을 막아 기존 은행이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돈을 버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법무부가 변호사법으로 변호사와 다른 전문자격사의 동업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변호사 이익을 지켜주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전자책은 도서정가제 적용을 제외해 달라’는 여러 요구를 거절하고 있다. 기존 출판업계 반대가 크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공무원은 이익집단의 기득권을 보호하다가 퇴직 후엔 관련 집단에 재취업하는 ‘공생 관계’를 유지한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이익집단이 공무원을 포획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공무원이 규제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규제 권한부터 없애야 공무원의 기득권이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일규/오형주/구은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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